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멜버른 시리즈

괜찮아? 아니 안 괜찮아!

매일 아침마다 커피세팅을 할 때는 기대감도 있지만 문득 걱정이 될 때도 있다. 어제의 커피가 맛있다고 해서 오늘도 맛이 있으리란 보장이 있을까? 당신이 지금 만족하게 추출을 하고 있나? 나는 나에게 만족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. 기준점이 높다고들 말을 할 때가 있지만 기준점이 높은 게 아니라 좋은 것들을 이미 맛을 보았기 때문에 그걸 다시 구현을 하고 싶은 거다. 오픈 출근을 할 때면 다음번 근무자가 오면 칼리브레이션을 꼭 진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,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면 나 혼자서 일을 하는 매장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나 외의 다른 바리스타와 일을 한다면 맛의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. 서로가 먹어왔던 것들이 다르기에 서로가 맞춰 나가는 방법 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. 종종 내가 커피를 다른 근무자들에게 주면 맛이 있다. 또는 괜찮다는 소리를 듣는다. 나는 칭찬을 받고 싶은 게 아니다. 이 커피가 지금 제대로 나왔는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좋은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. 나에게 있어서 괜찮은 커피나 또는 이 정도면 고객에게 내보내도 되겠다는 나만의 바운더리가 있긴 하지만 제 각각 그 바운더리가 다르기에 칼리브레이션을 꼭 진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. 

 

멜버른은 지금 겨울이다. 우리 매장은 협소하기에 문을 열어두고 장사를 하지만 맛이 표현되지 못하는 추출이 종종 있다. 디개싱(숙성)도 덜 되어 커피맛이 표현이 잘 되지 않을 때 나에게 있었어서 정말 큰 고민이다. 사람들이 괜찮다고 이 정도면 된다고 말을 하지만 나는 만족을 하지 못한다. 내가 우월하거나 거만한 게 아닌 고객에게 좋은 걸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. 카페에서 커피가 맛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. 최소한 내 생각은 그렇다. 그렇다고 맛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한다. 모순일 수도 있겠지만 커피의 맛을 구현하는 건 바리스타의 나의 몫이지 고객들에게 알아달라는 게 아니다. 고객들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커피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우리가 이 업계에 일을 하고 있다면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. 오늘 하루 먹을만한 커피 또는 괜찮은 커피를 만들었다면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해 보자.! 우리는 할 수 있다.